Poem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카시아 길 - 서정윤 슬픔이 있는 너의 모습이 좋아라 눈물 흐르는 너의 향기가 아파라 호젓한 아카시아 길 홀로 걸으며 주렁주렁 늘어진 나의 슬픔들 온 산을 덮으며 타오르는데 잠시 바람에도 흐느끼는 향기 내 마음 그 어디를 찾아 흐르나 슬픔이 있는 너의 모습이 좋아라 눈물 감추는 너의 향기가 좋아라 더보기 단풍 - 안도현 보고 싶은 사람 때문에 먼 산에 단풍 물 드는 사랑 더보기 찢어진 바다 - 김춘수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물새들이 울고 간다. 저마다 입에 바다를 물었다. 어디로 가나. 네가 떠난 뒤 바다는 오지 않았다. 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아침마다 찾아오던 온전한 그 바다, 더보기 좀비산책 - 이상욱 비가 내리자 나는 드디어 단순해졌다 당신을 잊고 잠깐 무표정하다가 아침을 먹고 잤다 낮에는 무한한 길을 걸어갔다 친구들은 호전적이거나 비관적이고 내 몸은 굳어갔다 한 사람을 살해하고 두 사람을 사랑하고 잠깐 울다가 음악을 들었다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나의 죽음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금욕적이며 장래 희망이 있다 1968년이 오자 프라하의 봄이 끝났다 레드 제플린이 결성되었다 김수영이 죽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여전히 태어나지 않았다 비가 내리자 나는 단순하게 잠깐 울다가 전진하였다 더보기 허니와 클로버 中 외쳐 보고야 비로소 알았다. 나는 그동안 두려웠던 것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내가 어쩌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그리고, 그래도 가차없이 흐르는 나날이. 하느님, 하고 싶은 일이란게 뭐죠? 그건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 거죠? 그걸 찾으면 강해질 수 있는 건가요? 하고싶은 일이 있어서 우는것과 그걸 찾지 못해서 우는 것중에 어떤게 더 괴로운가요. 멈춰 있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멈춰 있었던게 아니야. 시간은 흘러 떨어지고 있었던 거야. 마치 폭포처럼. 내가 그저 우뚝 서있기만 했던 동안에. 더보기 청춘 - 심보선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 더보기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 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해를 보면 해를 닮고 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더보기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더보기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