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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통곡 - 이상화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닯아 하늘을 흘기니 울음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마라 더보기
계절이 지날때마다 - 용혜원 계절이 지날 때마다 그리움을 풀어놓으면 봄에는 꽃으로 피어나고 여름에는 비가 되어 내리고 가을에는 오색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겨울에는 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 내리며 내게로 다가오는 그대 그대 다시 만나면 우리에게 좋은 일들만 생길 것 같다 그대의 청순한 얼굴 맑은 눈이 보고 싶다 그 무엇으로 씻고 닦아내도 우리의 사랑을 지울 수는 없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그대 내 앞에 걸어올 것만 같다 더보기
밤 열한 시 - 황경신 밤 열한 시 참 좋은 시간이야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했으니 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도 못 했으니 밤을 새워볼까도 하는 시간 밤 열한 시 어떻게 해야 하나 종일 뒤척거리던 생각들을 차곡차곡 접어 서랍 속에 넣어도 괜찮은 시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던 마음도 한쪽으로 밀쳐두고 밤 속으로 숨어 들어갈 수 있는 시간 밤 열한 시 그래, 그 말은 하지 않길 잘했어, 라거나 그래, 그 전화는 걸지 않길 잘했어, 라면서 하지 못한 모든 것들에게 그럴듯한 핑계를 대줄 수 있는 시간 밤 열한 시 누군가 불쑥 이유 없는 이유를 대며 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도 이미 늦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시간 누군가에게 불쑥 이유 없는 이유를 대며 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있느냐고 묻기에.. 더보기
시정잡배의 사랑 - 허연 시정잡배에겐 분노가 많으니 용서도 많다. 서늘한 바위절벽에 매달려 있는 빨갛게 녹슨 철제 계단 같은 놈들, 제대로 매달리지도, 끊어져 떨 어지지도 못하는 사랑이나 하는 놈들, 사연 많은 놈들은 또 왜들 그런지. 소주 몇 병에 비오는 날 육교 밑에 주저앉는 놈들. 그렁그렁한 눈물 한 번 비추고 돌아서서 침 뱉는 놈들. 워낙 쉽게 무너지는 놈들. 그러고도 실실 웃을 수 있는 놈들. 그들만의 깨달음이 있다. 시정잡배의 깨달음. 술국 먹다 말고 울컥 누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물가물하지만 무지 아 팠다. 죽을 만큼 아팠다. 그 술국에 눈물 방울 떨어뜨리고 또 웃는다. 잊어버리는 건 쉽지만 다시 떠오르는 건 막을 수가 없다. 그게 시정잡배의 사랑이다. 마지막으로 십팔번 한 번 딱 부르고 죽자. 더보기
오해 - 이장욱 나는 오해될 것이다. 너에게도 바람에게도 달력에게도. 나는 오해될 것이다. 아침 식탁에서 신호등 앞에서 기나긴 터널을 뚫고 지금 막 지상으로 나온 전철 안에서 결국 나는 나를 비껴갈 것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햇빛이 내 생각을 휘감아 반대편 창문으로 몰려가는데 내 생각 안에 있던 너와 바람과 용의자와 국제면 하단의 보트 피플들이 강물 위에 점점이 빛나는데, 너와 바람과 햇빛이 잡지 못한 나는 오전 여덟 시 순환선의 속도 안에 약간 비스듬한 자세로 고정되는 중. 일생을 오해받는 자들 고개를 기울인 채 다른 세상을 떠돌고 있다. 누군가 내 짧은 꿈속에 가볍게 손을 집어넣는다. 더보기
Time tested beauty tips - Sam Levenson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치유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된다. 기억하라! 만약 내가 도움을 주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들 돕는 손이다. 더보기
보름달 - 박성우 엄마, 사다리를 내려줘 내가 빠진 우물은 너무 깊은 우물이야 차고 깜깜한 이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더보기
집착 - 문숙 망 속에 든 양파를 꺼내다 본다 양파끼리 맞닿은 부분이 짓물러 있다 서로 간격을 무시한 탓이다 속이 무른 것들일수록 홀로 견뎌야 하는 것을 상처란 때로 외로움을 참지 못해 생긴다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상해서 냄새를 피운다 누군가를 늘 가슴에 붙이고 사는 일 자신을 부패시키는 일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