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심보선
우리는 사랑을 나눈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아주 밝거나 아주 어두운 대기에 둘러싸인 채,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 달빛을 받아 은회색으로 반짝이는 네 귀에 대고 나는 속삭인다 너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너는 지금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가 사랑해, 나는 너에게 연달아 세 번 고백할 수도 있다 깔깔깔 , 그때 웃음소리들은 낙석처럼 너의 표정으로부터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 방금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미풍 한 줄기, 잠시후 그것은 네 얼굴을 전혀 다른 손길로 쓰다듬을 수도 있다 우리는 만났다 , 여러 번 만났다 우리는 그보다 더 여러 번 사랑을 나눴다 지극히 평범한 감정과 초라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나는 안다, 우리가 새를 키웠다면, 우리는 그 새를 우울한 기분으로 오늘 저녁의 창밖으로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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