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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she walks in beauty - 조지 고든 바이런 She walks in beauty, like the night Of cloudless climes and starry skies; And all that’s best of dark and bright Meet in her aspect and her eyes; Thus mellow’d to that tender light Which heaven to gaudy day denies. One shade the more, one ray the less, Had half impair’d the nameless grace Which waves in every raven trees, Or softly lightens o’er her face; Where thoughts serenely sweet express Ho.. 더보기
애너벨 리 Annabel Lee - 에드거 엘런 포 아주 여러 해 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는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소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네. 바닷가 그 왕국에선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을 하였지. 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것이 이유였지, 오래전, 바닷가 이 왕국에선 구름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했네. 그래서 명문가 그녀의 친척들은 그녀를 내게서 빼앗아 갔지. 바닷가 왕국 무덤 속에 가두기 위해. 천상에서도 반쯤밖에 행복하지 못했던 천사들이 그녀와 날 시기했던 탓. 그렇지! 그것이 이유였지(바닷가 그 왕국 모든 사람들이 알 듯). 한밤중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와 그.. 더보기
서울의 우울4 - 김승희 타살이라고 할 증거가 없으면 자살로 본다, 법의 말씀이다. 어느 자살도 깊이 들여다보면 타살이라고 할 증거가 너무 많다. 심지어는 내가 죽인 사람도 아주 많을 것이다. 자기 손으로 밧줄을 목에 걸었다 할지라도 모든 죽음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안다. 자살도 타살도 금환일식이다. 더보기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더보기
당신의 눈물 - 김혜순 당신이 나를 스쳐보던 그 시선 그 시선이 멈추었던 그 순간 거기 나 영원히 있고 싶어 물끄러미 물 꾸러미 당신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것인 물 한 꾸러미 그 속에서 헤엄치고 싶어 잠들면 내 가슴을 헤적이던 물의 나라 그곳으로 잠겨서 가고 싶어 당신 시선의 줄에 매달려 가는 조그만 어항이고 싶어 더보기
칠월 -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더보기
행복한 봄날 - 김소연 나의 가시와 너의 가시가 깍기 낀 양손과도 같았다 맞물려서 서로의 살이 되는 찔려서 흘린 피와 찌르면서 흘린 피로 접착된 악수와도 같았다 너를 버리면 내가 사라지는, 나를 지우면 네가 없어지는, 이 서러운 심사를 대신하여 꽃을 버리는 나무와 나무를 져버리는 꽃이파리가 사방천지에 흥건하다 야멸차게 걸어 잠근 문 안에서 처연하게 돌아서는 문 밖에서 서로 다른 입술로 새어 나오는 한숨이 있었는데 흘리는 눈물의 연유는 다르지 않았다 꽃봉오리를 여는 피곤에 대하여도 우리 얼굴에 흉터처럼 드리워진 이 나뭇가지의 글미자에 대하여도 우리의 귀에 새순이 날 때가지는 말하지 않기로 하자 더보기
폭우 - 이창훈 지금껏 나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서서히 젖을 새도 없이 젖어 세상 한 귀퉁이 한 뼘 처마에 쭈그려 앉아 ​ 물 먹은 성냥에 우울한 불을 당기며 네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