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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물감 - 이정수 물통 속 번져가는 물감처럼 아주 서서히 아주 우아하게 넌 나의 마음을 너의 색으로 바꿔 버렸다. 너의 색으로 변해버린 나는 다시는 무색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넌 그렇게 나의 마음을 너의 색으로 바꿔버렸다. 더보기
글자 속에 당신을 가둔다 - 이선영 글자 속에 당신을 가둔다 글자 하나에 당신의 얼굴을 글자 하나에 당신의 목소리를 글자 하나에 당신의 손목을 글자 하나에 당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그 마음을 잡아둘 수 없는 당신을 글자 속에 꽁꽁 가둬 내가 보고 만질 수 있는 종이 위에 함께 살게 하려고 종이 위에 깨알 같은 글자들을 쓴다 써도 써도 글자 밖으로 비어져나오는 당신을 쓴다 더보기
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 고영민 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을 땅속에서 조금씩 잊는 동안 축축한 너를, 캄캄한 너를,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슬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더보기
카스타에게 - 구스타보 베케르 당신의 한숨은 꽃잎의 한숨 당신의 소리는 백조의 노래 당신의 눈빛은 태양의 빛남 당신의 살결은 장미의 살갗 사랑은 버린 나의 마음에 당신은 생명과 희망을 두었고 사막에 피어나는 꽃송이처럼 내 생명의 광야에 살고 있는 당신 더보기
그래서 힘이 듭니다 - 원태연 친구가 많아 보입니다 약속이 많아 보입니다 할 일이 많아 보입니다 괜히 시간 뺏는 느낌이 들고 한번도 평범하게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나도 친구가 있고 약속이 있고 할 일이 있는데 그 사람 외의 일들은 별 의미도 없고 다음에 해도 되는 것 같습니다 더보기
둘이 될 수 없어 - 원태연 둘에서 하나를 빼면 하나일 텐데 너를 뺀 나는 하나일 수 없고 하나에다 하나를 더하면 둘이어야 하는데 너를 더한 나는 둘이 될 순 없잖아 언제나 하나여야 하는데 너를 보낸 후 내 자리를 찾지 못해 내 존재를 의식 못해 시리게 느껴지던 한마디 되새기면 그대로 하나일 수 없어 시간을 돌려달라 기도하고 있어 둘에서 하날 빼면 하나일 순 있어도 너를 뺀 나는 하나일 수 없는 거야 더보기
나의 꽃 - 한상경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에 이미 피어 있기 때문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