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em

칠월 - 허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 오규원  (0) 2014.12.15
당신의 눈물 - 김혜순  (0) 2014.12.15
행복한 봄날 - 김소연  (0) 2014.12.15
폭우 - 이창훈  (0) 2014.12.15
입맞춤, 김용택  (0) 201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