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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행복한 봄날 - 김소연

 

 

 

 

 

 

나의 가시와 너의 가시가
깍기 낀 양손과도 같았다
맞물려서 서로의 살이 되는

 

찔려서 흘린 피와
찌르면서 흘린 피로 접착된
악수와도 같았다

 

너를 버리면
내가 사라지는,
나를 지우면
네가 없어지는,


이 서러운 심사를 대신하여

꽃을 버리는 나무와
나무를 져버리는 꽃이파리가
사방천지에 흥건하다

 

야멸차게 걸어 잠근 문 안에서
처연하게 돌아서는 문 밖에서


서로 다른 입술로 새어 나오는 한숨이 있었는데
흘리는 눈물의 연유는 다르지 않았다

 

꽃봉오리를 여는 피곤에 대하여도
우리 얼굴에 흉터처럼 드리워진
이 나뭇가지의 글미자에 대하여도
우리의 귀에 새순이 날 때가지는
말하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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