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버지의 평온 - 박정남 내 마실가는 발자국 소리 붙잡고 있는 아버지 사랑방을 나와 그 여자 집을 찾아가고 있을 때 아버지 잡아와 내가 방에 가둡니다 내 깊이 들어 있는 아버지를 모조리 가둡니다 아버지 얌전히 계셔요 내 마실가는 발자국 소리 나는 아버지 여기 제발 얌전히 계셔요 한 번도 소원대로 아버지 방에 깊이 갇히신 적 없지만 아버지 늘 가족들의 말소리와 발자국 소리에 갇혀서 더 먼 곳으로 더 먼 술집으로 더 먼 여자에게로 가시던 아버지는 더욱 우리 가족들에게 꽁꽁 묶여서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시고 연애 한번 하지 못하시고 벌겋게 눈시울만 적시고 나를 닮은 아버지 눈 내리는 날 병원에서 밖을 내다보고 계십니다 “아버지 퇴원하시면 같이 낚시도 가고 노래방에도 가요.” 참으로 눈 내리는 것 바라보시며 아버지 눈에 덮여 가시며 내 .. 더보기 아버지 - 정홍순 서릿발 갈앉는 보리밭에서 파란 싹 한 움큼 뜯었더니 겨우내 아버지 눈물은 얼지 않고 있었다 더보기 끝 - 박시윤 땅 끝에 와 있다. 물결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바다 앞에 아이를 안고 섰다. 바알갛게 부서져 내리는 노을이 아이와 나의 얼 굴을 물들이고 있다. 해는 수평선 끝에서야 비로소 마지막 한계를 불살라 놓고 유유히 사라진다. 묽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다. 멀리 보이는 건물과 산들이 엷은 실루엣을 드러내고, 틈틈이 비워진 공간마다 어둠을 채워나간다. 해넘이가 끝난 사방천 지는 어둡고 싸늘하다. 끝을 본 전쟁터의 뒷날처럼 숨죽인 채, 어떤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는다.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자연 의 섭리 속에 파도소리만이 가슴으로 자작이 흘러든다. 모래밭에 다다라서야 조각조각 깨어져 생을 마감하는 파도의 눈물은 가슴으로 쓰디쓴 눈물을 삼켜보지 않은 이는 알지 못하리라. 아이를 품에 꼬옥 안고 바람을 맞는다. 뜻하지 .. 더보기 병든사람 - 황인숙 몸이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어려운 방정식을 푼다 풀어야 한다 혼자서 하염없이 외롭게 혼자서. 더보기 사모곡 - 김태준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바람에게도 가지 않고 길 밖에도 가지 않고 어머니는 달이 되어 나와 함께 긴 밤을 같이 걸었다 더보기 꽃의 보복 - 이상호 모가지만 잘려와서 분노하는 우리들을 더욱 아름답다고 바라보는 저 인간들에게 우리들은 보복하기로 했다. 절대로 열매를 맺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다. 더보기 고민 - 주미연 하루가 지났다. 이틀, 사흘이 또 지나갔다. 내 속은 자꾸만 타 들어가 새 까맣게 변해 버렸는데 네 앞에 서있는 나는 어설프게 웃고만 있다. 더보기 안개 - 나동훈 보이지 않아요 들길을 지웠어요 초록을 지우고 나무도 풀잎도 가리고 있어요. 당신이 있는 곳 보지만 보이지 않아요. 그대에게 가야 하는데 안개가 길을 지워 버렸어요 당신에게도 내가 지워졌으면 어쩌나요 더보기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