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려야지.
그래도 내려서
적시기 시작해야지.
저 단단한 콘크리트
아스팔트의 길을
우선은 적셔 보아야지.
나에겐 눈물밖에 없지만
그래도
적셔 보아야지.
적시고 적시고
또 적시다가
눈에도 보이지 않는 틈
그 틈을 찾아 내어
마침내
비집고 들어가야지
저 깊은 어둠 속으로
그 죽음 속으로
스며들어야지.
나에겐 정말 눈물밖에 없지만
그래도 내려야지
비가 되어 내려야지.
완전히 포기하고 엎드려 있는 씨앗,
그 씨앗을 건져 내어
그래서 눈을 뜨게 해야지.
피어라 피어라
꽃이 피게 해야지.
나에겐 정말 눈물밖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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