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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비 - 김혜숙

 

그래도 내려야지.

 

그래도 내려서

적시기 시작해야지.

 

저 단단한 콘크리트

아스팔트의 길을

우선은 적셔 보아야지.

 

나에겐 눈물밖에 없지만

그래도

적셔 보아야지.

 

적시고 적시고

또 적시다가

눈에도 보이지 않는 틈

그 틈을 찾아 내어

 

마침내

비집고 들어가야지

저 깊은 어둠 속으로

그 죽음 속으로

스며들어야지.

 

나에겐 정말 눈물밖에 없지만

 

그래도 내려야지

비가 되어 내려야지.

 

완전히 포기하고 엎드려 있는 씨앗,

그 씨앗을 건져 내어

그래서 눈을 뜨게 해야지.

피어라 피어라

꽃이 피게 해야지.

 

나에겐 정말 눈물밖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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