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액자에 건다.
바다에 가라앉는 나를 본 적이 있다.
팔다리가 부식되어
산호가 되어갔다.
허옇게 변한 사지가
산호들 사이에 갇혀 있었다.
노랗거나 파란 물고기들이 주변을 배회했다.
저기 열대어가 있어, 스킨다이버들이
내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젖은 빵을 찢어 던졌다.
아름답다는 말을 산호 숲에 남겨두고
스킨다이버들은 뭍으로 돌아갔다.
나를 그곳에 둔 채 나도
꿈에서 빠져나왔다.
이곳을 떠나본 자들은
지구가 아름다운 별이라 말했다지만
이곳에서만 살아본 나는
지옥이 여기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나를 여기에 둔 채 나는
저곳으로 다시 빠져나가서
정육점과 세탁소 사이에
임대문의 종이를 쳐다보고 서 있다.
텅 빈 상가 속에서 마리아가 혼자
퀼트 천을 깁고 있다.
이 액자를
다시 바다에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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