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해롭다고 극구 말리는 친구들의 권유에도 고집스럽게 담배를 피우는 내 기관지나 오장 육부 어디쯤 타르의 점액질이 끈적끈적 달라붙어 시커먼 손으로 목숨을 노리면서 서서히 서서히 자라 가고 있겠지만 친구여, 목숨 노리는 일이 어디 그것뿐인가.
아침 저녁 우리의 식탁에 꽂히는 푸른 독소, 수은의 함량, 복병처럼 위장 속으로 숨어드는 멸망의 식량. 사월에 터진 총알도 한 개쯤 이 가슴에 박혀서 금속성으로 울면서 울면서 심장을 긁어 대고 있다.
덜 떨어진 이마의 부스럼은 때없이 피고름으러 터져 부끄러운 상처를 드러내고 다스릴 길 없는 사랑의 열기 아직도 나를 들끓게 하나니, 더우기 친구여, 시를 쓰는 일만큼 정확하게 목숨 노리는 일 앞에서 어찌할 건가? 모두 다 탕진하고 허깨비로 쓰러질 때까지 매달리고 쓰러지고 다시 매달리면서 드물게 떠오르는 아침 무지개 발견하기 위하여 칠흑의 밤을 지키고 있는 소금 절이는 우리의 날들을 어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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