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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견습생 마법사 - 진은영

 

대마법사 하느님이 잠깐

외출하시면서

나게 맡기신 창세기

수리수리 사과나무 서툰 주문에,

자꾸만 복숭아, 복숭아나무

 

내가 만든 사과 한 알을 따기 위해

이브는 복숭아가 익어가는 나무 그늘에서 기다리다, 잠이 든다

에덴 동산의 시간에 출현한 무릉도원

그 이후로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

 

윌리엄 텔은 아들에게 독화살을 날리는

비인간적인 일에서 해방된다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와 함께 행복한 여생을 마치고

왕비는 여전히 질투심에 불탔지만 한 알의 사과를 구하지 못했네

 

복숭아나무 아래 떨어지는 분홍 꽃잎, 꽃잎

뉴턴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만류인력 법칙도 상대성 원리도 우주선도 사라진다

맑은 밤, 들에 나가면 목성의 주황색 얼음띠가

예쁜 팔찌처럼 선명하네

 

그레도 세잔은 한 알의 복숭아로 빛의 마술을 부렸겠지

프로스트는 복숭아를 딴 후에 한 편의 시를 완성했을 거야

 

트로이 전쟁에 쓰려고 준비해둔 한 알까지

사과의 역사책을 얼른 덮고,

빈 사과 궤짝을 타고 나는 도망가야겠다

하느님이 돌아오시면 화내며 세상을 멸망시키실까

그래도 나는 오늘, 한 그루 말[言]의 복숭아나무를 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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