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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고흐 - 진은영

 

왼쪽 귓속에서 온 세상의 개들이 짖었기 때문에

동생 테오가 물어뜯기며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나는 귀를 잘라버렸다

 

손에 쥔 칼날 끝에서

빨간 버찌가

텅 빈 유화지 위로 떨어진다

 

한 개의 귀만 남았을 때

들을 수 있었다

밤하늘에 얼마나 별이 빛나고

사이프러스 나무 위로 색깔들이 얼마나 메아리치는지

 

왼쪽 귀에서 세계가 지르는 비명을 듣느라

오른쪽 귓속에서 울리는 피의 휘파람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커다란 귀를 잘라

바람 소리 요란한 밀밭에 던져버렸다

살점을 뜯으러 까마귀들이 날아들었다

 

두 귀를 다 자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멍청한 표정으로 내 자화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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