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영혼이나 편들까 하고
슬슬 쓰기 시작한 그날부터
왜 쓰는지를 안다는 말 생각할 때마다
세상은
아무나 잘 쓸 수 없는 원고지 같아
쓰고 지우고 다시 쓴다
쓴다는 건
사는 것의 지독한 반복 학습이지
치열하게 산 자는
잘 씌어진 한 페이지를 갖고 있지
말도 마라
누가 벌받으러
덫으로 들어가겠나 그곳에서 나왔겠나
지금 네 가망(可望)은
죽었다 깨어나도 넌 시밖에 몰라
그 한마디 듣는 것
이제야 알겠지
나의 고독이 왜
아무 거리낌 없이 너의 고독을 알아보는지
왜 몸이 영혼의 맨 처음 학생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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