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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시라는 덫 - 천양희

쓸쓸한 영혼이나 편들까 하고

슬슬 쓰기 시작한 그날부터

왜 쓰는지를 안다는 말 생각할 때마다

세상은

아무나 잘 쓸 수 없는 원고지 같아

쓰고 지우고 다시 쓴다

 

쓴다는 건

사는 것의 지독한 반복 학습이지

치열하게 산 자는

잘 씌어진 한 페이지를 갖고 있지

 

말도 마라

누가 벌받으러

덫으로 들어가겠나 그곳에서 나왔겠나

지금 네 가망(可望)은

죽었다 깨어나도 넌 시밖에 몰라

그 한마디 듣는 것

 

이제야 알겠지

나의 고독이 왜

아무 거리낌 없이 너의 고독을 알아보는지

왜 몸이 영혼의 맨 처음 학생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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