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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밤길 - 황인숙

 

 

 

 

달을 향해 걷는 발걸음 소리.
목적도 축도 없이
밤이 빙글 도는 소리.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는 소리.
한숨 소리.
나무가 호흡을 바꾸는 소리.
담쟁이 잎사귀가 오그라드는 소리.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에 성큼
담벼락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그림자 소리.
너무 지쳐서 꼼짝도 못 하겠어.
벤치에서 한 노인이
이 빠진 달의 찾잔을 어루만지는 소리.
가로등이 파르르 떨리는 소리.
아무 반항 없는
시간의 기침 소리.
잠이 회유하는 소리.
잠시 구름이 멈추는 소리. 

나는 네가 밤길을 걷는 것을 본다.
내게서는 달의 냄새가 난다.
너는 걷고, 걷고, 걷는다.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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