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넘어 온 어린 염소 한 마리와
길 위에서 마주쳤다
큰 눈을 가진 어미 염소가
멀리서 불안하게 바라보며 서 있다
'매애' 하고 우는 염소
나도 '매애' 하고 소리를 질러본다
심지 세운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 사이를 나비 한 마리 지나가고
바람이 지나가도
소리를 잘라먹지는 않는다
이해 할 수 없는 대화에
긴장하는 논둑 위의 쇠뜨기 풀
다시 '매애' 하고 염소가 나를 보며 운다
나는 그 소리가 담고 있는 말을 알고 있다
'매애' 하고 지르는 내 대답에
염소의 눈이 투명해진다
눈과 눈 사이
가슴으로 지르는 소리와 소리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
내 몸에서 탯줄을 끊어내고 나간 이도
못 알아듣는 말을 알아듣는 어린 염소
소통은 사람끼리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사람 여관 - 이병률 (0) | 2014.04.05 |
---|---|
집중의 힘 - 정용화 (0) | 2014.04.05 |
푸른밤 - 나희덕 (0) | 2014.04.05 |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 박노해 (0) | 2014.04.05 |
수몰지구 - 전윤호 (0) | 2014.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