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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어떤 소통 - 허영숙

 

 

 

 

 

 

 

 

 

울타리를 넘어 온 어린 염소 한 마리와

 

길 위에서 마주쳤다 

 

큰 눈을 가진 어미 염소가  

 

멀리서 불안하게 바라보며 서 있다 

 

'매애' 하고 우는 염소 

 

나도 '매애' 하고 소리를 질러본다 

 

심지 세운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 사이를 나비 한 마리 지나가고 

 

바람이 지나가도  

 

소리를 잘라먹지는 않는다 

 

이해 할 수 없는 대화에 

 

긴장하는 논둑 위의 쇠뜨기 풀 

 

다시 '매애' 하고 염소가 나를 보며 운다 

 

나는 그 소리가 담고 있는 말을 알고 있다 

 

'매애' 하고 지르는 내 대답에 

 

염소의 눈이 투명해진다 

 

눈과 눈 사이 

 

가슴으로 지르는 소리와 소리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 

 

내 몸에서 탯줄을 끊어내고 나간 이도 

 

못 알아듣는 말을 알아듣는 어린 염소 

 

소통은 사람끼리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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