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꽃은 계절이 불러 모은 허공이다. 지상을 향한 땅의 집중이다. 흩어지는 것이 거부의 형식이라면 피워내는 것은 모서리를 견뎌낸 침묵의 힘이다.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나무는 땅 속을 움켜쥐고 있는 뿌리에 집중한다. 상처가 있던 자리마다 꽃이 피어난다. 꽃은 어둠 속에서 별이 떨어뜨린 혁명이다. 꽃으로 피어 있는 시간,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 날개에 집중한다. 나무는 얼마나 많은 새들의 울음을 간직하고 있을까. 온 몸이 귀가 되어 집중할 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때로는 어긋난 대답처럼 꽃 진 자리마다 잎새 뒤에 숨어서 가을은 열매에 집중한다. 알고 보면, 열매는 화려한 기억을 끌어모아 가을을 짧게 요약한다.
세상에서 집중 없이 피어난 꽃은 없다고
너는 우주의 집중으로 피워낸 꽃이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짝사랑 - 이채 (0) | 2014.04.05 |
---|---|
눈사람 여관 - 이병률 (0) | 2014.04.05 |
어떤 소통 - 허영숙 (0) | 2014.04.05 |
푸른밤 - 나희덕 (0) | 2014.04.05 |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 박노해 (0) | 2014.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