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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수국꽃다발 - 강미정

 

 

 

 

 

 

테이블 위에 수국꽃다발 두 개,

갑자기 테이블은 봉긋한 깊이를 가지고 침묵한다

 

꽃을 쓰다듬는 눈동자가 생기고

손가락이 생기고 설레는 두 손이 뻗어 나왔다

 

사랑스런 여인의 가슴을 만지듯

둥그레 꽃을 만져보는 남자,

 

유방암 예방으로 브래지어를 풀고 자는

아내젖가슴 생각이 났다는 거다

자다보면 젖무덤에 손이 가있다는 거다

말다툼이 줄었다는 거다

뾰족하던 감정도 무뎌졌다는 거다

무엇보다 마음이 순해져 일상이 평온해졌다는 거다

 

그러니 저 둥근 꽃숭어리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한 게 맞다,

 

밤마다 내 가슴 위에 얹혀 있던 당신의 손도

우리의 뾰족뾰족 거친 것을 혼자 풀었다는 것

 

수국꽃다발처럼 내가 가진 침묵 속엔

당신을 열고 설레게 한 부드러운 암호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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