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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이제 누가 리라를 연주하지? - 이혜미

 

 

 

 

 

 

 

하나의 형식이 모든 내용을 결정할 때가 있어

그러니까 오늘의 대설주의보.

 

어제 위로 눈이 내리고

작별도 없이, 팔이 떠나네

 

가장 섬세한 머리카락을 뽑아

우리는 서로를 관통한다

 

나 대신 웃는 사람

너에게 가 묻고 싶어

흔적과 얼룩에 대해

흔적과 얼룩이 되어

 

무슨 말을 더 부려

네 바쁜 걸음을 내려놓고

밤의 현 위를 헤매이게 할 수 있겠니

 

너는 웃고

나는 쏟아져

하나의 음표가

순식간에 모든 악보를 지운다

 

꽃을 토하고, 이제 돌아와

백 개의 눈송이를 손에 쥐고

우리가 나눈 길고 아름다운 오늘이

좀 더 투명한 쪽으로 기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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