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em

지평선 - 김혜순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내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코더 - 황인찬  (0) 2014.07.18
거리 - 이준규  (0) 2014.07.18
그런 날이 있었는지 - 김명기  (0) 2014.07.17
목숨 - 조정권  (0) 2014.07.17
첫사랑의 강 - 류시화  (0) 201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