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em

그런 날이 있었는지 - 김명기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가급적 아주 먼 길을 돌아가 본 적 있는지

그렇게 도착한 집 앞을

내 집이 아닌 듯 그냥 지나쳐 본 적 있는지

길은 마음을 잃어

그런 날은 내가 내가 아닌 것

바람이 불었는지 비가 내렸는지

꽃 핀 날이었는지

검불들이 아무렇게나 거리를 뒹굴고 있었는지

마음을 다 놓쳐버린 길 위에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날

숨 쉬는 것조차 성가신 날

흐린 달빛 아래였는지

붉은 가로등 아래였는지

훔치지 않는 눈물이 발등 위로 떨어지고

그 사이 다시 집 앞을 지나치고

당신도 그런 날 있었는지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 - 이준규  (0) 2014.07.18
지평선 - 김혜순  (0) 2014.07.18
목숨 - 조정권  (0) 2014.07.17
첫사랑의 강 - 류시화  (0) 2014.07.17
세월 - 김상현  (0) 201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