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em

여승 -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0) 2014.05.21
안녕 - 원태연  (0) 2014.05.21
사투리 - 박목월  (0) 2014.05.21
구두 - 송찬호  (0) 2014.05.21
나의 하나님 - 김춘수  (0) 201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