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em

전염병 - 강성은

 

 

 

 

 

 

 

 

우리 전염되지 않았어요 공기가

공기는 여전히 나쁘고

우린 곧 아프거나 죽겠지만

우린 전염되지 않았어요

장갑과 마스크는 필요 없어요

음악시간에 노래 불러도 되나요

체육시간에 함께 달려도 되나요

청소하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건

우린 원래 그래요

전염되지 않았어요 우린

손을 잡아도 되나요

이어폰을 나눠 껴도 되나요

작년에 죽은 내 친구는 알까요

산 사람들도 죽음과 손잡고 있다는 걸

그게 어떤 기분인지

그게 어떤 슬픔인지

아직 우린 전염되지 않았어요

마스크 낀 입술을 달싹이며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친구들과 겨우 작별

작별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공기는 여전히 나쁘고

우린 곧 아프거나 죽겠지만

지구엔 누가 남을까요

그때에도 햇빛은 저렇게 찬란히 빛나겠지만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의 의미 - 최옥  (0) 2014.07.12
입 속의 검은 잎 - 기형도  (0) 2014.07.12
아버지의 평온 - 박정남  (0) 2014.07.07
아버지 - 정홍순  (0) 2014.07.07
끝 - 박시윤  (0) 201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