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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아버지의 평온 - 박정남

 

 

 

 

 

내 마실가는 발자국 소리
붙잡고 있는 아버지 사랑방을 나와
그 여자 집을 찾아가고 있을 때
아버지 잡아와 내가 방에 가둡니다
내 깊이 들어 있는 아버지를 모조리 가둡니다
아버지 얌전히 계셔요
내 마실가는 발자국 소리 나는 아버지 여기 제발
얌전히 계셔요 한 번도 소원대로 아버지 방에 깊이
갇히신 적 없지만 아버지 늘 가족들의 말소리와 발자국 소리에
갇혀서 더 먼 곳으로 더 먼 술집으로 더 먼 여자에게로 가시던
아버지는 더욱 우리 가족들에게 꽁꽁 묶여서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시고
연애 한번 하지 못하시고 벌겋게 눈시울만 적시고
나를 닮은 아버지 눈 내리는 날 병원에서 밖을 내다보고 계십니다
“아버지 퇴원하시면 같이 낚시도 가고 노래방에도 가요.”
참으로 눈 내리는 것 바라보시며 아버지 눈에 덮여 가시며
내 몸을 온전히 빠져나가 그날 평온하신 것 처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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