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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우울한 날의 사랑 - 송해월

 

 

 

 

 

 

 

 

 

 

 

사람의 마음에 온도가 같을 수 없듯

내게 네게로 가는 몸짓으로

너도 그렇게 내게 오라 할 수 없겠지

 

사람이 사람을 욕심내는 일이

부질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바보같이 욕심을 내었구나

 

내가 너를

처음 사랑하기 시작한 날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가난한 여자가 되어

맨발로

네 가슴속에 걸어 들어가고 싶었다

 

잎을 채 떨어내지 못한

싸리나무 위를 불어가는 바람이

발 밑으로 구슬처럼 쏟아질 것 같은 저녁

 

오늘도 나는 너의 이름으로

내 심장을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 낸다

 

베이는 줄도 모르게

붉은 심장 예리하게 베이고 나면

그제야 서늘해져 몸서리치고

 

심장으로부터

전신으로 나오는 투명한 피

소름돋는 세포마다 흐느끼는 소리

 

온 몸에 귀를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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